삼성전자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크리에이티브랩(Creative Lab, 이하 ‘C랩’)을 통해 ‘새로운 혁신’에 도전 중인 8개 팀이 다음 달 8일부터 11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 박람회인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9에 출전한다. 나와 주변의 이야기에서 얻은 아이디어로 짧게는 2개월, 길게는 1년여 준비 기간을 거친 이들(미디오·스네일사운드·티스플레이·프리즘잇·아이모·에이라이트·기린모니터스탠드·퍼퓸블렌더)은 K팝 못지않게 매력적인 K이노베이션을 전 세계에 선보일 예정이다. 회사라는 울타리 밖 평가를 앞두고 걱정보다 기대와 설렘이 더 크다는 이들의 이야기를 2편에 걸쳐 소개한다. 오늘은 소프트웨어를 주로 다루는 4개 팀의 이야기다.
#똑같은_일상도_드라마틱_해지는_비법
일상을 기록하는 도구는 글에서 사진으로, 사진에서 영상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영상에 담은 일상을 타인과 공유하는 브이로그(vlog) 콘텐츠를 즐기는 시청자도 생산하는 크리에이터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나도 브이로그를 해볼까?’ 결심하지만 동영상 편집은 쉽지 않고 찍어둔 동영상을 나중에 잘 꺼내 보지도 않는 게 현실.
여행이나 일상의 기록을 전문가가 만든 한 편의 브이로그로 남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도 쉽게! 우리 팀의 아이디어는 여기서 출발했다.
#묻지도_따지지도_않고_취향저격
미디오는 동영상의 수많은 장면을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사용자가 남기고 싶은 ‘최고의 순간’을 추출, 실시간으로 편집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이다. 미디오 앱을 통하면 촬영한 영상 중 베스트 컷이 자동으로 골라지고, 이렇게 선별된 장면으로 영상 한 편이 곧바로 편집된다. 실시간으로 촬영한 장면뿐만 아니라 스마트기기 속에 저장된 옛 영상도 섞어 편집할 수 있다. 즉, 이미 찍어 둔 여행 영상을 보며 감상평을 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찍을 수 있다. 유튜브에서 유행 중인 일명 ‘리액션 영상’을 쉽게 만들 수 있단 것. 놀라운 건 이 모든 게 버튼 하나로 가능하다.
영상이 반응을 얻으려면 재미란 요소를 무시할 수 없을 터. 한희철씨를 비롯한 팀원들은 재밌는 영상의 기준이 뭘지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내린 결론은 ‘사람마다 다르다’였다. 이 때문에 미디오는 ‘사용자 개개인에 딱 맞는 맞춤형 편집이 가능한 솔루션’이 지향점이 됐다. 팀원들은 지금도 사람들의 동영상 이용 행태를 계속해 분석한다. 영상에 머무는 시간, 주변인과의 공유 여부, 그리고 완성된 영상을 얼마 만에 삭제했는지까지 확인한다. 개인의 선호도를 특정하고 학습할 수 있는 장치도 계속해서 발전시킬 예정이다. ‘이 영상이 마음에 드시나요?’하고 묻는 건 촌스럽다. 미디오는 ‘힙’을 추구한다.
“초등학생도 할머니도 감각적인 영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단 걸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체험한 관람객 모두의 취향을 저격하길 바라고요!”
#소리의_색깔을_잃지_않도록
봉사활동을 가면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또박또박 크게 말해야 하는 난청 환자를 왕왕 만날 수 있었다. 보청기는 밖으로 툭 튀어나온 디자인에 가격도 매우 높아 국내 난청인 중 보청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7~8%에 불과하다고 한다. 생활 소음이 심해지는 요즘, 난청인구는 지난 5년 새 25%가 급증했고 전 세계 적으로 4억 5천만 명이 난청인구라고 한다. 계속해서 난청인구가 늘어날 전망이라는데, 저렴한 가격에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청력보조기구가 없단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우리가 직접 만들어야겠단 결심도 생겼다.
#필요한_소리만_쏙쏙_골라주니까
스마트폰에 이어폰을 연결해 귀에 꽂고 다니는 사람을 쉽게 본다. 스네일사운드는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이어폰을 이용한 청력보조솔루션이다. 이어폰에 내장된 마이크로 주변의 소리를 모으고 앱을 통해 소리를 변환시킨 후, 이를 다시 이어폰을 통해 사용자에게 들려준다. 이때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주변의 소음은 최소화하고 소리는 더 명확하게 사용자에게 전달하도록 한다. 여기엔 소리의 지연을 줄이는 알고리즘도 녹아 있다. 기존의 보청기는 전문 청능사에게 검사를 받고 사용자에게 적합한 상태로 맞춤 제작을 해야 한다면, 스네일사운드는 앱에 내장된 간편한 테스트를 통해 소리를 자동으로 맞출 수 있다.
김원균씨는 “난청이 있는 분 중 일부는 비가 오는 날엔 보청기 착용을 꺼리시는데, 그 이유가 빗소리 때문에 정작 들려야 할 소리가 묻히기 때문”이라며 “이분을 대상으로 앱 테스트를 진행해 봤는데 대체로 소음이 적고 음질도 괜찮다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전했다. 스네일사운드는 비가 오는 날, 사람이 많은 번화가, 영화관 등 사용자가 있는 환경을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소음을 제거해주기 때문에 꼭 필요한 소리만 들을 수 있다.
“청력은 아주 서서히 나빠져요. 난청 환자는 물론 더 많은 사람들이 스네일사운드를 통해 청력을 자가 진단하고 도움을 받길 바라요”
#너는_이미_광고를_보고_있다
온라인 영상 콘텐츠를 보면서 한창 재미있을 만하면 광고가 뜨는 바람에 시청 흐름이 끊겼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크리에이터들에겐 필요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선 거슬렸던 광고 메시지. 영상 흐름을 끊지 않고 자연스럽게 노출시킬 방법은 없을까? 마치 ‘뜨거운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불가능해 보이는 질문, 우리 팀의 아이디어는 여기서 시작됐다.
#뗐다_붙였다_광고
티셔츠 무늬처럼 보이는 건 마커(marker) 스티커다. 웹캠으로 촬영된 영상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이 마커 스티커를 인식해 티셔츠 표면의 구김처럼 3차원 형태를 그대로 구현한다. 이 위치에 광고가 노출되는 것. 마치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유니폼처럼 말이다. 화려한 스티커 무늬는 보기에도 알록달록 예쁘지만, 3차원 형태를 재현하는데 필요한 정보로 구성돼있다. 정보를 충분히 담고 있으면서도 자연스럽고 위화감이 없는 무늬를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기존의 가상광고는 일일이 사람 손으로 CG 작업을 해야 했다면, 티스플레이는 마커 스티커 하나면 충분해 크리에이터들이 별다른 조작이나 장치를 하지 않아도 쉽게 광고를 노출할 수 있다. 영상을 시청하는 시청자와 크리에이터의 피드백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예정이며, 추후에는 스티커 없는 솔루션까지도 도전할 예정이다.
“지금은 개인방송 시대, 시청자와 크리에이터, 그리고 광고주 모두에게 의미 있고 재밌는 솔루션이 되길 기대합니다”
#쏟아지는_기사_속에서_진짜_찾아내기_진짜_어렵다
갑작스럽게 포털 실시간 검색을 장식한 뉴스. 이 사건의 앞뒤 맥락이 궁금해진다. 기사 한 건만 봐선 정보가 충분치 않고 키워드 검색을 하자니 필요한 정보만 골라내는 건 더 수고스럽다. 필요한 정보만 빨리, 정확히, 짧게 추려서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면 어떨까? 프리즘잇의 고민이 시작된 지점이다.
#AI가_골라주는_족집게_정보
프리즘잇은 사용자가 원하는 이슈를 검색하면 과거부터 현재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배경은 무엇인지 사용자에게 가장 의미 있는 뉴스를 추출해 타임라인 형식으로 제공한다. 프리즘잇은 인터넷상의 수많은 기사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검색하고 분류한다. 인공지능은 실시간으로 모든 기사를 ‘사건’ 별로 매칭할 수 있도록 자동 분류하고 다시 조합해 주 키워드를 산출한다.
사용자는 포털이나 언론사 사이트를 이용해 기사를 볼 필요가 없다. 대신 프리즘잇 앱의 메인화면에서 최근 시간대에 이슈가 되고 있는 기사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앞으로 해당 알고리즘을 보다 정교하게 발전시켜 의미 있는 타임라인을 만드는 것은 물론, 기사뿐 아니라 맥락이 중요한 다양한 문서로 확장할 계획이다.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이 국내 소비자와 해외 소비자가 많이 다르더라고요. 우리 아이디어가 해외에선 어떻게 비칠 지 무척 설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