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기획+](블록체인 패권) 글로벌 IT기업, 블록체인 본격화...韓-中-美 삼국지 펼쳐지나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인 'CES 2020'이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시작됐다. 올해는 삼성SDS와 한글과컴퓨터그룹(이하 한컴그룹) 등 국내 IT기업들이 'CES 2020'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선보였다.
삼성SDS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자동차 부품 관리 서비스를 공개했으며, 한컴그룹은 블록체인과 일상을 접목한 서비스 모델을 제시했다.
작년 열렸던 'CES 2019'가 블록체인의 미래를 엿보는 행사였다면, 이번 'CES 2020'은 블록체인이 다양한 기술들과 결합돼 실제 서비스를 공개하는 자리가 됐다.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된 발표 세션과 기업들의 전시 부스 비중도 예년보다 크게 증가했다.
굳이 CES를 예로 들지 않아도, 이미 많은 국내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 개발과 상품,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대기업들의 블록체인 산업 진출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스마트폰 생산기업인 삼성전자가 자사의 '갤럭시' 스마트폰 모델에 블록체인 키스토어를 탑재하며 블록체인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또한 글로벌 IT 공룡인 IBM,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내노라 하는 글로벌 IT기업들이 블록체인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각각 자회사인 라인과 그라운드X를 통해 블록체인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과 KT 등 국내 통신업체들 역시 DID나 지역화폐 분야 등 다양한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 삼성SDS, 블록체인 적용 자동차부품 관리 서비스 CES서 선보여
먼저 올해 CES를 살펴보면 삼성SDS가 처음으로 단독 부스를 구성해 블록체인 기술과 서비스를 공개했다. 삼성SDS는 내놓은 블록체인 서비스 1번 타자는 바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자동차 부품 관리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통해 자동차 제조업체는 물론 정비, 관리업체의 서비스가 더욱 고도화될 전망이다.
소비자 역시 이를 통해 부품의 정품 여부, 출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제품 품질을 믿고 사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SDS는 인도의 '테크 마힌드라', 미국 '페가시스템'과 함께 이 서비스를 개발했다.
기업형 블록체인 서비스인 '넥스레저'와 처리 속도를 기존보다 최대 열 배까지 높인 '넥스레저 액셀러레이터'도 주목된다. 삼성SDS는 '넥스레저'를 금융·물류·제조·공공 등의 분야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컨설팅에서 실제 적용까지 다양한 블록체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삼성SDS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미국 경제 전문지인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글로벌 50대 블록체인 기업’에 포함됐다.
홍원표 삼성SDS 대표는 자사의 블록체인 기술 홍보에 팔을 걷어 부쳤다. 홍 대표는 CES 현장 곳곳을 누비며 글로벌 고객 및 파트너사와 만나 전략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글로벌 사업 확대 방안도 모색 중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블록체인 등 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을 위한 혁신 기술을 선보일 계획"이라며 "이번 CES 참가를 계기로 글로벌 사업을 더 강화하고 시장 개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삼성전자 필두로 삼성그룹, 블록체인 사업 본격화
삼성그룹의 맏형격인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부터 블록체인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해왔다. 자사 스마트폰 '갤럭시S10'을 시작으로 갤럭시노트10, 갤럭시 폴드, 갤럭시A90 5G 등에 ‘삼성 블록체인 키스토어(Samsung Blockchain Keystore)’를 탑재한 것이 일례다.
블록체인 키스토어는 개인 증명 수단인 프라이빗키를 보관하는 역할을 한다. 블록체인 키스토어에서 새 지갑을 만들거나 기존 지갑을 복원한 뒤 ‘삼성 블록체인 지갑(Samsung Blockchain Wallet)’ 앱을 이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삼성 갤럭시폰 사용자는 암호화폐(가상통화) 거래뿐만 아니라 탈중앙화 앱인 디앱(DApp)에도 손쉽게 접속할 수 있다. 삼성의 블록체인 지갑에는 현재까지 금융, 소셜미디어, 게임 등 30여개의 디앱이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이미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IT기업과의 사업제휴를 통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와 손잡고 선보인 ‘클레이튼폰(Klaytn Phone)’이 대표적 사례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10에 클레이튼의 자체 암호화폐인 ‘클레이(Klay)’와 비앱(BApp) 파트너의 암호화폐가 담긴 지갑을 탑재했다.
지난해 10월엔 ‘삼성 블록체인 플랫폼 SDK(Software Development Kit)’를 공개하기도 했다. 블록체인 관련 개발자들은 SDK를 활용해 디앱을 보다 간편하게 개발할 수 있다. 관련 업계에선 삼성이 블록체인 플랫폼 SDK를 기반으로 모바일 중심의 블록체인 생태계를 더욱 확장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해외 투자 유닛인 ‘삼성넥스트’의 포트폴리오에도 블록체인 기업이 담겼다. 삼성넥스트는 디앱랩스(DApp Labs), 케이젠네트워크(KZen Network), HYPR 등 블록체인 기업에 투자를 집행했다.
◆ 한컴그룹, 일상과 블록체인 기술 접목한 서비스 공개
한컴그룹 역시 올해 'CES 2020'을 그간 준비한 블록체인 기술을 시연하는 기회로 삼았다. 새롭게 선보이는 주력제품도 블록체인 서비스다. 한컴그룹은 특히 일상 서비스에 주목, 일상과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했다.
한컴그룹이 새롭게 선보인 '라이프 블록체인'은 사람들의 출생 등록과 디지털 신분 증명, 학력 및 취업 이력 검증, 의료기록 관리 등 실생활과 관련된 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했다. 또한 '라이프 블록체인'을 구현할 수 있는 한컴위드의 블록체인 플랫폼 '한컴에스렛저'와 '스마트컨트랙트' 등 제반 기술도 공개했다. 한컴위드는 블록체인과 생체인증 기술 등을 활용한 보안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한컴그룹은 '라이프 블록체인'을 앞세워 해외 신규 파트너사 발굴은 물론 업무 제휴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컴그룹 관계자는 "한컴그룹이 보유한 첨단 기술 경쟁력을 세계 시장과 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 그룹의 미래 성장 기반을 글로벌 시장에서 마련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 인터넷 강자 카카오, 네이버도 블록체인 진출
국내 인터넷 시장의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는 카카오와 네이버도 블록체인 시장에 진출했다.
카카오는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를 통해 지난해 6월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Klaytn)’의 메인넷을 선보였다. 플랫폼을 함께 운영하는 노드(참여자)가 될 ‘거버넌스 카운슬(Governance Council)’엔 카카오페이, 카카오페이지, 카카오게임즈 등 카카오 계열사, LG전자, LG 상사 등 LG그룹 계열사,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 등 27개 기업이 참여했다. 최근엔 SK네트웍스, GS홈쇼핑, 한화시스템도 여기에 합류했다.
거버넌스 카운슬은 클레이튼의 기술, 사업 등에 대한 주요 의사결정과 클레이튼의 합의 노드(Consensus Node) 운영을 맡는다.
그라운드X는 게임, 엔터테인먼트, 헬스케어, 금융, 커머스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비앱(BApp, Blockchain Application)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클레이 비앱 파트너는 자체 토큰이 아닌 클레이(KLAY)를 보상 및 결제 수단으로 활용한다. 클레이는 업비트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에 상장돼 있다.
모회사인 카카오 역시 그라운드X의 블록체인 사업을 전폭 지원하고 나섰다. 이미 카카오톡 앱 내에선 그라운드X가 개발한 메인넷 클레이튼 사이드체인 기반의 ‘카카오 콘’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카카오 플랫폼 내에서 일정 활동을 하면 보상으로 콘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올해 상반기엔 카카오톡 더 보기 탭에서 이용 가능한 암호화폐 전자 지갑 클립(Klip)을 출시할 예정이다. 클립은 클레이 및 클레이튼 기반 기타 토큰을 저장할 수 있는 전자 지갑이다. 카카오페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카카오톡 친구에겐 지갑 주소를 몰라도 암호화폐를 보낼 수 있게 된다.
카카오의 유일한 경쟁자인 네이버는 자회사 라인을 통해 일본에서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을 하고 있다. 라인의 계열사 LVC는 지난해 9월 일본 가상통화거래소협회(JVCEA)로부터 제1종 거래소 회원 자격을 받고,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맥스(BITMAX)를 공식 출범했다. 거래소 운영은 라인의 디지털 자산 및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총괄하는 계열사 LVC가 맡고 있다.
라인은 암호화폐 거래소 2개를 운영하고 있다. 비트맥스는 일본 거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거래소다. 앞서 출범시킨 비트박스(BITBOX)는 싱가포르에 개설한 암호화폐 거래소다. 여기서는 미국과 일본을 제외한 국가에서 이용이 가능하다.
◆ 중국 거인들, 움직인다...블록체인에 뛰어든 BAT
삼성전자 외에도 중국의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빠르게 블록체인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명 앞글자를 따 'BAT'라고 불릴 정도로 이미 중국을 넘어선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 내 최대 검색사이트인 바이두는 지난해 2월 블록체인 플랫폼 ‘BBE(Baidu Blockchain Engine)’를 선보였다. BBE는 개발자가 디앱을 모바일 앱처럼 수월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운영체제다. 바이두는 지난해 공개한 ‘수퍼체인(Xuperchain)’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Xuper’는 바이두 블록체인 서비스 브랜드 명이다. 수퍼체인은 데이터 저장시스템 ‘수퍼 데이터’, 원자재 유통에 이용할 수 있는 ‘수퍼 페어’, 엣지 컴퓨팅 서비스 ‘수퍼 엣지’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알리바바 역시 손자회사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 개발에 나섰다. 알리바바의 자회사 앤트파이낸셜(Ant Financial)은 지난해 2월 산하에 ‘앤트블록체인테크놀로지’란 자회사를 설립했다. 앤트블록체인테크놀로지는 블록체인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 PC용 하드웨어 판매 등에 방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한다. 기술이전, 컨설팅 등 보다 넓은 분야로 블록체인 관련 사업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알리바바는 또 같은해 5월 ‘알리 지적재산권 보호 플랫폼(IPP Platform)’을 구축해 기업 지적재산권 관리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텐센트 역시 지난해 10월 ‘트러스트SQL(Trust SQL)’의 새로운 백서를 공개했다. 트러스트SQL은 텐센트의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텐센트는 지난 2017년 트러스트SQL의 첫 번째 버전을 공개하고, 개발을 지속해 왔다. 트러스트SQL을 기반으로 제작된 블록체인 게임 ‘렛츠헌트몬스터(Let’s Hunt Monster)‘는 지난해 4월 중국 아이폰(iOS) 앱스토어에서 무료게임 분야 다운로드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텐센트는 블록체인 기반 전자청구서 프로젝트 ’텍스 체인(Tax Chain)‘, 유통망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마이크로-엔터프라이즈 체인(Micro-Enterprise Chain)‘ 등도 개발하고 있다.
◆ 글로벌 IT 최강자 미국, 블록체인 활용 본격화
글로벌 IT업계의 최강자들이 자리 잡고 있는 미국도 블록체인 기술 개발과 활용을 본격화 하고 있다.
글로벌 강자인 IBM은 크게 3가지 영역에서 블록체인 사업을 본격화 하고 있다. 식품유통 조회서비스인 ‘푸드 트러스트(Food Trust)'와 해운사 전용 블록체인 플랫폼 ‘트레이드렌즈(TradeLens)’, 지불 결제시스템 ‘월드 와이어(World wire)’가 대표적이다. IBM은 각 시스템의 실제 사용처를 늘리고 있다.
지난해 4월엔 미국 2위의 슈퍼마켓 체인인 엘버트슨(Albertsons Companies)이 푸드 트러스트에 합류했다. 또한 네슬레(Nestle), 크로거(Kroger), 돌(Dole) 등 유명 식품업체도 IBM의 푸드 트러스트로 식품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세계 2위 해운사인 MSC(Mediterranean Shipping Co)와 세계 4위 해운사 CMA CGM이 트레이드렌즈에 합류했다. 트레이드렌즈는 2018년 머스크와 IBM이 협력해 구축했다. 현재 미국 관세청을 포함해 100여 개 곳이 트레이드렌즈를 이용하고 있다. 두 해운사가 합류함에 따라 전 세계 교역량의 90%를 차지하는 해상 선적 화물 절반가량을 추적할 수 있게 됐다.
월드와이어는 스텔라 블록체인 네트워크 기반의 지불 결제 시스템이다. 국가 간 결제와 송금 속도를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IBM은 지난해 3월 월드와이어가 전 세계 47개 통화를 지원하며 72개국에서 월드와이어를 이용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마존 산하의 컴퓨팅 서비스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는(AWS) 역시 2018년 하반기 블록체인 솔루션 ‘아마존 QLDB(Quantum Ledger Database)’와 ‘아마존 매니지드 블록체인 서비스(Amazon Managed Blockchian Service)’를 출시했다.
이후 AWS는 다양한 적용 사례를 선보이고 있다. 먼저 네슬레(Nestle)는 AWS 블록체인 서비스를 이용해 원료 생산부터 초콜릿이 고객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윤리적 원료 생산도 이 방식으로 확인하고 있다.
하라 토큰(HARA Token)도 AWS 블록체인 서비스를 도입해 생산자에서부터 소비자까지 전체 물류 과정을 추적하고 있다. 하라 토큰은 전 세계 농부를 연결해 수요를 확인하고 곡물 품종 재배 방식과 유통 방법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다. 하라 토큰은 AWS 블록체인 서비스 적용으로 자본 및 운영비를 60~70% 가까이 절감했다.
호주 환자 기록 관리 업체 ‘헬스 다이렉트(Health Direct)’도 AWS 블록체인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국내 기업 중 일부도 AWS의 블록체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9월 CJ올리브네트웍스는 AWS 블록체인 서비스를 이용해 방송 콘텐츠 내 음악 저작권을 관리한다고 밝혔다. 국내 수제맥주 기업인 ‘카브루(KABREW)’ 역시 실시간 맥주 유통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를 AWS와 함께 구축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