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화두는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다. 저마다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고, 관련 기업에 투자하며, AI 연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놓인 AI는 IT 분야뿐 아니라 자동차, 은행, 병원 등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생활 전반을 바꿔 나가고 있다.
삼성전자도 AI의 중요성을 빠르게 인식하고 아낌없는 투자를 해왔다. 회사는 서울을 비롯해 미국 실리콘밸리·뉴욕,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몬트리올, 러시아 모스크바 등 7개 지역에 AI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는 AI는 과연 어떤 기술이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칠까? 삼성전자 뉴스룸은 세계의 삼성리서치 AI 센터 리더들에게 그들이 생각하는 기술 트렌드와 전망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 첫 번째 주자로, 삼성전자 연구개발(R&D)의 중심에 있는 삼성리서치의 AI센터 리더 이근배 전무(삼성리서치 AI 센터장)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AI란 무엇인지, 그리고 삼성이 선보일 차별화된 AI는 어떤 모습인지 들어봤다.
삼성에 있어 AI란
“AI란 인간이 보고, 듣고, 판단하고, 움직이고, 또 학습하는 기능을 컴퓨터로 구현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AI는 쉽게 A, B, C의 결합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데, ‘A’lgorithm(알고리즘), ‘B’ig Data(빅 데이터), 그리고 ’C’omputing power(컴퓨팅 파워)가 갖춰졌을 때 비로소 인공지능이 가능해진다.”
이 센터장의 설명과 같이, 삼성리서치 AI 센터는 △컴퓨터 비전 △언어 분석 처리 △데이터 분석과 추론 △로보틱스 동작과 주행 △머신 러닝 등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보고, 듣고, 판단하고, 움직이고, 학습하는 인간의 모습을 컴퓨터로 구현하는 연구다.
“인류가 진화하는데 걸린 기나긴 시간 대비 AI의 역사는 60년 남짓에 불과하다. AI가 아직까지 사람의 행동들을 구현해내는 데는 어려움이 있지만, 계속해서 빠르게 발전해 나갈 것이다.”
한국을 포함, 전 세계적으로 일곱 곳에 설립된 삼성리서치 Global AI 센터는 지역별로 각각 중점 연구 테마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 케임브리지 AI 센터에서는 ‘온 디바이스(On device) AI’와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 관련 AI 연구를 진행 중이고, 러시아 모스크바 센터는 기계학습을 위한 데이터 생성과 차세대 딥러닝 등 AI 핵심분야에 대한 선행연구 그리고 비전 인식 관련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뉴욕 센터는 로봇 조종(manipulation) 등 미래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서울 센터는 언어이해·음성처리·빅데이터 등 연구 외에 각각의 센터들이 효율적으로 연구하고 서로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개발한 AI 기술은 ‘빅스비(Bixby)’ 등 다양한 서비스를 통해 우리에게 다가온다.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대부분의 제품에 빅스비가 탑재돼 있고, 이러한 AI 기술은 앞으로 회사의 전 제품에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이 센터장은 “앞으로 AI 스피커가 출시된다면 삼성전자의 전 스마트 제품이 AI 스피커로 연동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AI 플랫폼으로 빅스비 확산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2018년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도구(SDK)를 공개했고 영어, 중국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의 음성명령과 번역도 지원하고 있다. 또 삼성의 강점인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연결하는 서비스도 구현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제품과 AI가 만나면
“삼성전자는 매년 5억 대가 넘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우리는 제품(Device)을 중심에 두고, 고객들의 생활과 밀접한 AI 서비스와 기능들을 제공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삼성 AI의 강점으로 ‘제품’을 언급했다. 다른 기업들이 AI 그 자체만을 이야기할 때, 삼성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전자제품에 AI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센터장은 “예를 들어 AI가 냉장고 속의 식재료를 인식하고 요리법을 자동으로 추천해 TV 화면에 보여준 뒤, 해당 식재료를 오븐에 넣으면 그 요리법대로 작동이 될 수 있다. AI가 소비자의 건강 정보를 분석한다면 맞춤형 식단을 추천하고, 삼성헬스를 통해 운동을 추천하는 등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면서 “소비자에게 더 편리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사 내부 R&D 분업도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실행되고 있다. 삼성리서치 AI 센터는 빅스비 자연어 처리 같은 원천 기술이나 로봇 등 선행기술 연구를 진행하고, 각 제품을 만드는 개별 사업부가 이 기술들을 응용하고 제품에 통합시키는 것을 주로 연구하는 형태다.
‘말귀’ 알아듣는 AI, 풀어야 할 숙제
AI 인식 기술은 발전을 거듭해왔다. 특정 기능 면에선 사람보다 뛰어난 수준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성능’과 ‘정확도’가 그것이다.
AI는 음성 언어를 잘 알아듣지만 사람처럼 언어의 맥락, 즉 ‘말귀’와 앞뒤 상황까지 추론해 파악하는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 또 일상생활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예외 상황에서, 개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문제를 다르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고도화해야 할 단계다.
이 센터장은 “이러한 한계를 얼마나 빨리 극복하느냐가 향후 AI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착한 AI’를 추구하다
AI는 기업에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 악용되거나 인간이 통제력을 잃을 경우 사회적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이 때문에 AI 연구 과정에서 윤리준수는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삼성전자 역시 이를 인지하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AI가 인간을 위한 기술이지만 악용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윤리 준수는 매우 중요하다”면서 “삼성의 AI에는 세 가지 윤리 방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이 언급한 삼성이 추구하는 AI 윤리는 ‘공정성(Fairness)’, ‘책임성(Accountability)’, ‘투명성(Transparency)’이다. AI가 차별이나 편견을 일으키지 않아야 하며, 기술에 대한 책임을 지고, 데이터를 투명하게 수집하고 활용하겠다는 원칙이다. 삼성은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AI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지난해 국제협력단체인 PAI(Partnership on AI)에 가입해 다양한 분과에서 활동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도 삼성 AI의 중요한 원칙이다.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개인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 센터장은 “삼성전자는 데이터 보안과 프라이버시 보장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며 GDPR[1] 등 관련 법규를 준수한다”면서 “AI 코드에 보안 관련 틈새가 발생하지 않도록 탐지하는 기술을 적용해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쓸 수 있는 AI를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이뿐 아니라 “동시에 보안 기술 자체에도 AI를 도입해 사용자를 식별하는 기술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의 AI, 그 중심엔 사용자”
그렇다면 삼성전자가 추구하는 AI의 궁극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이 센터장의 답변에서 힌트를 얻어 보자.
“제가 생각하는 AI란 생활 속의 AI 제품을 통해 고객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삼성리서치의 AI 연구에 있어 중요한 원칙은 ‘언제나 학습하며, 사용자 곁에 있고, 안전하며, 도움을 준다(Always learning, there, safe, helpful)는 것, 결국 ’사용자를 핵심에 둔다(User centric)’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AI 기술을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용할 때 철칙과도 같은 일이라며, 삼성전자의 AI 원칙을 거듭 강조했다.
“우리의 AI 제품과 서비스는 사용자와 상호작용을 통해 지속적으로 학습하며 스스로 똑똑해진다. 삼성의 AI는 다양한 제품들과 함께 항상 고객 곁에 있고, 사용자가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또 항상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동하며, 고객이 항상 중심이 되는 맞춤형 서비스를 지향한다. 이러한 원칙은 앞으로 삼성의 모든 AI 제품과 서비스의 토대가 되어,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 삼성만의 AI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